미래세대가 만들어가는 노인이 행복한 마을

전국 최연소 마을이장 해보면 오두마을 한대윤씨

조영인 기자 | 입력 : 2021/07/05 [19:55]

 

 

▲ 전국 최연소 마을이장 해보면 오두마을 한대윤씨    

 

 

 

보통 귀촌이라하면 정년을 맞은 후 전원생활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향이나 시골로 내려가는 최소 50-60대의 특정 연령대의 보편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번에 만난 한대윤씨는 그 이미지와 정반대인 사람이다. 농사가 주업인 전통 시골마을 해보면 대각리 오두마을에 젊은 사람이 귀촌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함평에 연고도 없이 인천 사람이 귀촌을 해 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27, 마을 어르신들의 손주뻘 청년, 오두마을을 넘어 전국 최연소 이장이라는 이력이 납득간다.

 

인천과 서울에서만 지냈던 소위 말해 도시생활밖에 해본 적 없는 그가 어떻게 연고지가 없는 오두마을을, 귀촌 대상지로 삼게 된 걸까?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지만 한이장에게 직접 들은 귀촌의 계기와 마음가짐은 놀랍고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에게도 그의 행보는 보편적이지 않으면서 색다른 도전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알게 된 형님이 함평으로 귀향을 한다며 제안을 하셨다. 한이장은 그 형님이 오두마을에서 식용 굼벵이를 사육하고 계신다는 점에 흥미가 생겼고 나아가 거기서 새로운 일들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 같다는 미래가 그려졌다. 농촌 생활보다 도시 생활이 익숙한 그이지만 농촌과 초면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일화가 있다. 대학 시절 당시 주기적으로 학교 농활에 참여했다. 방문할 때마다 농촌 지역 분들이 반복적으로 뱉는 말씀이 있었는데 바로 젊은 사람이 없다였다.

 

도시엔 젊은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많은데 왜 농촌엔 사람이 없을까?”

 

한이장(27)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도시에는 사람 수가 넘쳐가고 있는데 농촌엔 왜 사람이 없어지는 걸까, 도시 청년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본인이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시간의 비례만큼 허비하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때 자신의 생각을 귀촌의 계기로 연결시킬 수 있었고 도시 청년들의 또 다른 대안이자, 인생의 개척지를 오두마을로 정한 셈이다. 고민보다 go! 젊은 사람들 모두가 생각을 당장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것이 아니기에 한이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선배의 우연한 권유는 농촌 지역에서도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이며, 찾아보자 하는 결단력으로 이끌었다. 귀향한 지 3년이 되어가고 이장직을 맡는 지금도 그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복기하고 이장일에 무엇보다 성실히 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한대윤씨가 청년이장으로 선출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마을이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30년째 이장을 하시던 분이 사퇴하면서 마을 총회는 모험적으로 젊은 귀촌인을 이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장직을 맡게 됐지만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만은 없었다. 사실 처음엔 먼저 귀향하신 형님을 신임 이장으로 선출하려고 했으나 이장을 바꾸지 않았으면 하는 분들과 갈등이 심화되고 마을 분들이 많이 상심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대윤이가 젊고 마을 사람들과 두루 친하니 공정하게 일을 맡을 사람이라며 마을 분들이 그를 이장으로 추천해 줘 감사한 마음으로 이장직을 맡을 수 있었다. 농사나 농촌 생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본인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매달 이장 회의를 열심히 참석하고 선배 이장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 형편에 맞추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그 한 마디로 이장 직무의 가닥을 잡아갔다.

 

마을의 불, , 흙을 개선했습니다. 가장 먼저 마을에 꺼져만 있던 가로등을 교체 개선하여 마을의 어둠을 밝혔구요. 그리고 지난해 범람했던 하천의 수해복구사업도 진행하여 그동안 마을에 들어오지 않았던 지방상수도도 새로 설치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한이장은 그동안 시비가 그치지 않던 마을 자체 상수도의 요금체계를 합리화하고 주민 숙원이었던 마을 상수도 설치도 적극 건의하며 완공시켰다. 수해로 유실된 도로의 흙을 메우고 더 이상 쓰레기들이 길에 나뒹굴지 않도록 마을 쓰레기장을 설치하여 오염되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땅으로 만들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을 추진했고 무엇보다 마을 분들께서 함께 동참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마을 어르신들께 감사함을 표현했다. 더 큰 성과는 주민분들도 오두마을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된 점이다. 한이장이 오두마을을 위해 일한 이래로 오두마을은 함평군에서도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되고 있는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마을 인구 30% 이상이 늘었다. 청년이장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금년에 13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마을 공동체 활동지원 사업이 2019년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되었으며 순차적 열매사업 단계(2000만원 지원사업)사업에 지원이 가능케 되었다. 그 밖에 청정함평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 ‘공동 급식사업을 이루어가게 되었다.

 

올해 준비했던 마을 당산제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오두마을의 당산제는 전통적으로 마을 이장이 주관해야 하는 행사에요.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오두마을의 전통적인 행사인 당산제를 맡을 때, 당산제에 대한 경험이 적다보니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한이장, 그랬기에 더 세심하게 신경써야 했다. 마을 어르신들 중심으로 옛날엔 어떤 당산제였는지 물어물어 차근차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역사와 전통을 배워서 준비한 결과 사라져가던 당산제 행사를 복원한 긍정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음식 준비부터, 경품준비, 재능 나눔까지 참여한 분들의 손 하나하나가 소중히 모여 전적으로 이장과 마을 사람들에 의한 행사인 당사제의 가치를 잘 실현하고 마무리했다.

 

한대윤이가 이장하고 나서 마을이 참 좋아졌다는 말씀이 참 기억에 남네요

 

한이장은 오두마을에 내려오고 나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아낌없이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었다. 그의 경험에 비춰보면 당장 우리집 쌀을 내어주는데 아까워하지 않으시던 오두마을 아짐, 아재 주민 여러분들 덕분에 마을 대표자로서 좋고, 힘든 다양한 일을 견뎌낼 수 있었고, 그런 사소한 일상의 정이 성취감에 선행되었기에 힘들 때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줬을 것이다.

 

마을을 위해 한다는 일이 당장은 귀찮고 손해가 되는 일처럼 생각되실 때도 있으시겠지만 밥을 나누고 한 식구가 돼가면 서로 편안하고 안심을 나누어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타지 사람이 이장을 맡게 되고 최연소 이장직을 수행하는 한이장의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마을에 기존해오던 여러 가지 관행들 중 좋은 것도 분명 많았지만 불법적이거나 마을자치를 훼손하는 불공정한 관행들도 종종 남아있었다.

 

부정 청탁을 받는다거나 뒤로 공금을 사용하는 등을 바로잡으려 할 때면 자신의 장점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되려 약점으로 다가오곤 했다. 젊은 일꾼은 어린놈으로, 공정한 사람에서 근본 없는 놈으로...

 

한두분이 이런 배타적인 마음을 가질 때 어려움을 느꼈던 시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이장이 오두마을을 위해 한 일이 기록이 되고 있으니 주민들도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게 보였다. 이장직을 하는 동안 나아가 오두마을에 청년으로 있을 수 있는 한 부여받은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할 예정이다. 좋은 결과를 이끌었던 일은 더 지속되도록, 아쉬움으로 남은 일은 보완하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귀촌을 다짐했던 순간의 열정을 잊지 않고 때로는 젊은 이장의 패기로, 한 식구로 받아준 주민분들의 아량과 믿음을 바탕으로 올해 역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많이 할 예정이다. 한대윤 이장이 다른 마을과 차별화와 모험심을 동력삼아 등장한 만큼 그가 추진하는 스마트 경영은 현재를 넘어 미래 진행형이 가능한 마을의 젊은 인재이다.

 

기존의 관행과 다르게 하나하나 확인하고 여쭤보는 것들이 번거롭고 수고롭게 느껴지실 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마을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처럼만 믿어주신다면 더 추진력 있게 마을 일들을 해나가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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