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역사 함평 유일 주조장 명성 살리기 최선”딸과 함께 전통 잇기 계속…“최선을 다하다 보니 평생 단골 생기데요”
함평 월야면 월야리에 위치한 월야주조장은 함평에 남은 유일한 주조장이다. 대표 안기영씨가 딸과 운영 중이다. 1974년도에 광주 광산구에서 함평 월야로 터전을 옮겼다. 처음에는 슈퍼마켓으로 납품하는 도매업에 약 13년 간 종사했다. 주조장 인수 후 일하게 된 시점은 1989년도였다. 월야 막걸리는 1940년대 초 해남군수를 역임한 정재모씨가 창업하여 30여년 간 운영하다가 1976년 유영록에게 넘겼고 79년 장영재가 이어 받아 10년간 운영 후 흘러흘러 안기영에 넘겨졌다.
역대 역사를 살펴보면 12년, 15년, 10년, 10년, 3년 그 후 현재까지 이르러 운영된 기간은 도합 70년을 훌쩍 넘어버린 월야주조장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인수할 때는 이미 앞선 운영자들이 호황기를 나눠 가졌다고 말할 만큼 막걸리 사업은 사양길로 접어든 시점이었다. 주변인들의 눈에는 선구안이 발휘돼 그가 적합해 보였는지 ‘기영아 네가 월야 주조장을 한번 인수해서 해봐라’하는 권유를 했고 그 한마디로 큰 고민 없이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굳이 왜 이 시점에 힘든 길을 제 발로 가려고 하느냐’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안기영 대표의 성격상 한다고 결정했으면 무슨 이유가 됐든 좌절하지 않고 뚝심으로 나아가는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였다. 사양길에 들어선 막걸리 사업을 내 손으로 다시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거대한 생각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월야주조장이 해온 방식의 정통성을 이어가되 그가 바꿀 수 있는 선에서는 제품의 변별력을 채워가고자 했다.
“한다면 한다! 제 마음을 그렇게 딱 정했더니 하루에 얼마를 벌든 수입에 상관없이 재고 따지 않고 그저 하루를 열심히 살았어요. 그날의 막걸리를 최선을 다해 만들면 맛은 보장되고 실망 시킬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일념으로 움직였어요.”
직원 1명과 딸, 그리고 안기영 대표, 이렇게 단 셋이서 운영하며 직접 막걸리를 생산한다. 따님이 주조장을 함께 한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안기영 대표의 비법을 전수받아 일흔이 넘는 아버지를 대신해 월야주조장의 미래를 이어나갈 인물이다. 이미 준전문가 수준인 딸을 보면 막연한 근심이 사라지는 듯하다. 월야주조장은 초기 건물 형태는 손대지 않았기에 큰 변화는 없고 벽과 천장 등 세월에 따른 하자로 보수 정도만 했다. 기본적인 벽돌로 만든 골조는 여전하기에 주조장의 역사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깊은 역사에 나름의 변천은 존재한다. 예전에는 100% 밀 막걸리가 대부분이었다. 안기영 대표는 인수 후 밀과 쌀이 섞인 막걸리를 새롭게 만들어 판매했다. 한때는 함평의 대표 행사라든지 밀접한 특징을 포착해 막걸리 이름을 정하기도 했다. 지역과 상생하는 법까지 고려한 월야막걸리는 보통 원료 구입 후 3단 사입을 해서 최종 10일에서 13일을 숙성시킨 후 제품 출시한다. 대표 상품은 ‘월야생막걸리’로 쌀 100%에 아스파탐이라는 식품첨가제를 넣어 당도를 맞춘다. 월야막걸리는 함평 대부분 식당에 공급되고 관내 농협에서 판매된다. 또한 소문을 듣고 온 여행객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월야주조장을 따로 찾는 경우도 더러 있다.
월야주조장의 역사가 깃든 비법은 바로 쓴맛과 단맛을 잘 맞추는 배합의 중요성이 판가름한다. 또한 월야생막걸리 외에도 맑은 탁주 형식이 특징인 막걸리도 맛이 좋아 찾는 분들이 많다.
안대표는 이제는 별도의 사업 확장이나 신종 막걸리를 개발의 욕심은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다. 초심대로 월야막걸리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가 있는 사업장에서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여긴다. 농촌 인구는 감소하고 예전처럼 농사 후 삼삼오오 모여 루틴처럼 막걸리가 필수던 새참을 즐기지도 않는다. 이미 마트에는 대기업에서 출시하는 수많은 주종으로 대체되고 있어 지역 막걸리가 큰 임펙트를 주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 맛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념은 강해진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맛을 책임지는 노력의 연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리 광고효과를 위해 예산을 퍼붓는다 한들 기본적으로 맛이 받쳐주지 않으면 피가 섞인 가족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함이 있다.
이미 월야막걸리는 판매율에서 보면 특정 구매 연령층을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20대부터 80대까지 고객 연령층이 고루 분포돼 있다. 맛이 좋으면 어떻게든 손님들은 ‘월야막걸리’를 찾고 식당이나 슈퍼에서도 유명 막걸리보다 로컬 막걸리를 선택한다. 연 매출 2억이라는 금액은 사업에 들어가는 최선의 노력과 노동의 강도에 비하면 제 3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몇 십년 운영해 온 안대표 입장에서는 수십 년 변함없이 일정한 매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 역시 복이며 사업이 옳은 방향으로 행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는 동력이 된다.
“저는 매번 자녀들이 모이면 볼 수 있도록 인생 조언들을 적어놔요. 이러한 삶의 방향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몇 가지가 있어요. 첫째는 건강이고, 두 번째는 허물 죄罪, 죄가 없이 근면 성실하게 살기만 해도 성공에 가까워진다. 요령 피울 필요도 없고 오히려 그것만 지키면 된다. 맛을 계속 유지해서 꾸준히 찾아주신 고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겠다는 스스로를 향한 전언이기도 해요”
맛으로 찾는 손님들은 결국은 같은 이유로 반복적으로 월야막걸리를 찾는다. 한 번은 고창군 송송면에 계시는 86세 어머니, 87세 아버지의 부탁으로 자제분이 막걸리를 받으러 왔다. “멀어도 그 집 막걸리 좀 사와라 하셔서 이러한 연유로 왔습니다”는 말을 전했다. 거래한 지도 벌써 1년 반 이상이 흘렀다.
“다른 거 없습니다.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됩니다. 밥 먹고 살기가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에요. 공직자들은 공직자대로 출근을 잘하는 것이 임무라면 사업하는 사람은 노력 빼면 시체라는 생각으로 자기만의 업무를 하는 거예요.”
사업을 하면서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서는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할 때가 있었지만 해결은 더뎠기에 속으로 삼키는 일이 익숙해졌다. 대신 ‘월야막걸리’만의 불변하는 상품의 질을 유지하고 고객 만족을 높이는 데로 에너지를 응집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한때는 문학 활동도 심심치 않게 했지만 이제는 가진 것을 다 놓았다면서, 주조장을 물려받을 딸과 소박하게 사업을 꾸리면서 고된 일의 연속에서 삶의 자세를 겸허히 응시한다. 보글보글 끓으며 발효하는 막걸리를 바라보며 채워간 인생이어서, 가볍게 여과돼가는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 다수를 위한 말이라고 해도 언제나 말은 입에서 나가는 순간 오염된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 도달하며 터득한 교훈은 가족들과 소상히 나누기로 한다. 변함없이 인생의 즐거움을 일상에서 포착하고 노력이 범람하는 하루를 지속할 예정이다.
“인생에는 특별히 정답이 없어요. 최선하는 일을 자녀들에게 노출시키면 알아서 하겠지 싶어요. 한 달에 한 번 하는 가족회의에도 늘상 하는 소리는 같으니까 이제는 서로 다 알고 마음으로 충분히 느껴요. 월야주조장이 변함없이 존속하는 것과 온 가족의 건강. 저에게는 이것이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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