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 경내에 있는 범종에는 '모악산 불갑사'라는 글귀가 한자로 써져 있다.
모악산을 불갑산으로 알고 있거나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는 '모악산 불갑사' 범종의 글귀는 우리나라 전통사찰에서 산 이름이 먼저 나오고, 절 이름이 나오는 관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렇게 모악산이 새겨진 관례의 증표는 불갑사 선돌에도 남아 있었다.
불갑사에는 지금의 일주문이 없었을 때 부터 일주문 근처에 선돌이 세워져 있었다. 그 선돌에는 '모악산 불갑사 법계'라고 한자로 쓰여져 있었으나 작년 5월경에 이 선돌은 뽑아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갑산 불갑사 법계'라 써진 선돌이 세워졌다.
절 이름과 산 이름이 똑같이 반복되는 전통사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자행된 것이다.
전통사찰에 산 이름이 먼저 나오는 건 자연의 순리, 이치를 따른다는 의미다. 산이 먼저 생기고, 절이 지어졌기에 불갑사 범종에 새겨진 글귀처럼 모악산에 불갑사가 지었졌다는 의미다.
2022년 부터 '모악산' 흔적 지우기는 선돌뿐만 아니라 영광군과 도립공원에서 세워놓은 정상에 해설판까지 모악산이 아닌 불갑산으로 모두 교체되었다.
모악산이라는 증거 지우기는 전통사찰에 대한 모욕이며, 불갑사라는 전통사찰의 역사를 훼손하는 일이다.
오늘도 이를 경계하는 불갑사 범종은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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