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의 추억 남겨준, 김염소 여사님 고마워요"

<인터뷰> 모종두 손불면 양재리 주민

최창호 대표기자 | 입력 : 2022/06/10 [13:47]

 

모종두(83)님을 만났습니다.

전화로 1년전 저와 얘기 나눴던 모종두님은 손불 양재리에 사십니다.

지난 3월 31 봄바람이 부는 날, 저는 손불 양재리로 향했습니다.

 

 

모종두 님과 인연은 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김염소 여사님 묘지를 다시 좋게 조성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함평중학교, 함평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셨다는 모종두님이 저에게 전화로 처음 말씀하신 내용은 “고맙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그 날 이 분을 언젠가는 만나 뵈리라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드디어 이팝나무가 꽃이 피면 아름다운 양재리 모량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함평모씨 집성촌인 이 곳에 도착하여 모종두 님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Q. 함평농고를 졸업하셨다고 하셨는데 몇년도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셨어요?

 

저는 56년도에 함평중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리고 59년도에 고등학교에 입학했구요.

농고는 62년 2월에 졸업했을 겁니다.

 

Q. 여기서 학교까지 자전거 타고 다니셨어요?

 

아니예요. 자취 했지요. 집안 형들이랑 방 하나 얻어서 4명이서 살았어요. 읍내 외대화랑 몇군데 돌아다니며 살았어요.

 

 

Q. 그  때 당시 함평읍에 까지 학교를 보낼 정도면 아버지가 상당히 재력가셨나봐요?

 

우리 아버지께서는 지혜가 있는 분이셨어요. 6.25때 우리 동네가 다 불 탔거든요. 그런데 그 해 벼농사가 잘 되었어요. 아버지가 나락을 베어서 볏단을 안 쌓드만요. 나락을 작은 뭉치로 묶어 논에다 드문드문 놔놨어요. 그러자 동네 불이 날 때 다른 집 나락은 다 타부렀어요. 우리 집 것만 안 탔어요. 아버지께서 나락을  안 쌓아놓아 안 탄거지요. 다른 집은 쫑쫑이 쌓아 놓은 게 불 붙이면 우르르 다 타분거예요.

전쟁이 났은 게 곡식이 귀할거 아니예요. 우리 집에는 나락이 안 타고 있은 게 그 걸 팔아서 그 때 재물이 좀 모아졌어요.

 

 

Q.농사는 몇마지기 지었나요?

 

7~8마지기 지었을 거예요. 어머니 하고 두 분이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요. 그 뒤로 제가 군대에 가서 귀를 고참한테 맞았는데 잘 안 들립디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도 포기하고, 고향에서 부모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고 여태 살고 있습니다.

 

Q. 고등학교 시절, 김염소 여사 묘지에 갔던 얘기 좀 해보세요.

 

우리 때 권세일 교장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그 때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700여명 되었어요. 김염소 여사 묘지로 소풍을 갔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두 번정도 간 거 같어요.

우리 학교 다닐 때 밴드부가 있었는데 그 밴드부가 앞장서서 갔었어요.

 

Q. 밴드부는 몇 명이나 되었어요?

 

7~8명 되었습니다. 악기는 있을 건 다 있었어요.북도 있고 트럼펫도 있고, 트럼본도 있고. 노래 연주하고 줄 맞춰서 갔지요.

힘들만하믄 밴드부가 빠빠빠~ 하고 소리 내줘서 힘내서 걸어갔지요.

 

Q. 사진도 찍고 그러셨어요?

 

그때는 사진기가 없었어요. 자전거도 없었고요. 다 걸어다니는 시절이었습니다. 나중에 사진기고, 자전거고 나왔지요.

 

Q. 김염소 여사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람이 은혜를 모르면 안 된다고 봐요. 저는 권세일 교장선생님께서 우리를 데리고 김염소여사 묘지로 소풍을 간 것이 ‘은혜를 잊지마라.’ 이걸 가르쳐 줄려고 먼 길을 데리고 간 거라 생각해요.

김염소여사는 자식도 없이 혼자 살다 가시면서 농고자리 터를 내주셨잖아요. 우리가 그 분 후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저는 지금도 그 묘지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옛날 소풍 갔던 일이 생각나요.

아마 제가 죽으면 모를까. 이렇게 생각나는 것은 김염소 여사님께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그럴거예요.

 

 

2022년 4월 6일, 올해 처음 몇해전 함평농고자리에 새로운 둥지를 튼 함평학다리고등학교 다목적 강당에서 오후 3시 김염소 여사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이 기념식에 앞서서 오전 10시에는 김염소 여사 묘지 앞에서 추모식도 열리게 된다.

 

모종두 님이 강조하여 말씀하신 ‘은혜를 잊지 말자.’는 의미 있는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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